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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추파 월드/레추 이야기

16년 만에 발견한 숨겨진 보석 - DJ PABLO의 "One B-Boy"

by 레드추파 2025.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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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발견한 숨겨진 보석 - DJ PABLO의 "One B-Boy"

 

나는 오늘 음악을 한곡 소개 하려고 한다. 사람마다 노래를 듣는 취향이 있다. 혹시나 이노래가 당신의 취향에 맞는다면 아마 나와 같은 성향을 지닌 사람이 아닐까?

 

 

우연한 발견, 운명적 만남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때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것도 16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서 말이다. DJ PABLO의 "One B-Boy"를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전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10년에 발표된 이 곡은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Battle Of The Year라는 브레이킹 챔피언십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어 있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내가 이 곡을 발견했을 때, 마치 오래된 보물상자를 열어본 기분이었다. 16년이라는 세월 동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이 곡은 내 귀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왜 이런 좋은 곡이 묻혀있었을까? 시대를 앞서갔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운이 나빴던 걸까? 아니면 내 취향이 변한 걸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 이 곡이 내게 주는 감동이었다.

 

16년 만에 발견한 숨겨진 보석 - DJ PABLO의 "One B-Boy"
 

 

파이널 판타지 meets 브레이킹: 예상치 못한 조합의 마법

 

이 곡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샘플링에 있다. DJ PABLO는 파이널 판타지 7의 명곡 "One Winged Angel"을 브레이킹 비트와 결합시켰다. 노부오 우에마츠가 작곡한 이 오케스트라 곡은 게임 역사상 가장 임팩트 있는 보스 테마 중 하나로 꼽힌다. 라틴어 가사와 함께 흘러나오는 장엄하고 극적인 선율은 세피로스라는 캐릭터의 카리스마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그런데 이것을 브레이킹 음악으로 재탄생시킨 DJ PABLO의 센스는 정말 놀랍다. 원곡의 드라마틱함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스트리트 댄스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완벽하게 조화시켰다. 클래식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현대적인 브레이크비트가 만나 만들어낸 시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Estuans interius ira vehementi"라는 라틴어 가사가 반복될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이 부분에서 비트가 강화되면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은 마치 배틀 필드에 서 있는 비보이들의 치열함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같다. 게임 속 최종 보스전의 긴박함이 댄스 배틀의 치열함으로 재해석된 것이다.

 

폴란드 출신의 DJ PABLO(Pawel Blaszkowski)는 이미 Battle Of The Year 사운드트랙에 여러 곡을 제공한 경험이 있었다. 그의 "Made In Polska" 앨범에 수록된 이 곡은 브레이킹 씬에서는 알음알음 알려져 있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곡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숨겨진 보석 같은 존재감 말이다.

 

 

 

중독성에 대한 솔직한 고백: 왜 우리는 좋은 음악을 과소비할까?

 

지금까지 이 곡을 100번도 넘게 들었다. 정확히 세어본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 재생하다 보니 어느새 그 정도가 되었다. 왜 이렇게 될까? 좋은 음악은 아껴서 들어야 더 오래 즐길 수 있을 텐데, 왜 우리는 마치 중독된 것처럼 같은 곡을 무한 반복할까?

 

첫 번째 이유는 도파민 때문이다. 우리 뇌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한다. 그런데 익숙한 곡일수록 예측 가능한 쾌감을 주기 때문에, 새로운 곡을 탐험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만족을 선택하게 된다. "One B-Boy"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그 짜릿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곡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는 완벽한 매칭의 희소성이다. 정말 내 취향에 딱 맞는 곡을 발견하는 것은 생각보다 드문 일이다. 음악 스트리밍 시대에 수많은 곡들이 넘쳐나지만, 그 중에서 진짜 내 마음을 울리는 곡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그런 곡을 발견했을 때는 놓치기 싫어서 과도하게 소비하게 된다. 마치 좋아하는 음식을 발견했을 때 계속 먹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심리다.

 

세 번째는 감정적 앵커링이다. "One B-Boy"가 내 현재 감정 상태나 기분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그 감정을 계속 유지하려고 반복 재생하게 된다. 이 곡을 들을 때의 그 고양된 기분, 에너지 넘치는 느낌을 계속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음악이 감정의 앵커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과소비에는 부작용도 있다. 너무 많이 들으면 결국 질리게 되고, 그 특별했던 감동이 희석될 수 있다. 좋은 와인을 아껴가며 마시는 것처럼, 좋은 음악도 적절한 간격을 두고 들어야 그 가치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콘텐츠 소비 시대의 음악 경험

 

우리는 지금 콘텐츠 소비 시대에 살고 있다. 음악, 영화, 게임, 책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되었다. "One B-Boy"를 100번 넘게 듣는 것도 결국 음악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다.

하지만 이런 소비 패턴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CD를 사야 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지금은 언제든지 원하는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접근성의 향상이 음악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애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One B-Boy"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나는 이 곡의 구조와 디테일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전체적인 분위기만 좋았다면, 지금은 각 섹션별로 어떤 요소들이 조합되어 있는지, 샘플링된 부분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브레이크비트가 어떤 패턴으로 진행되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숨겨진 보석을 찾는 즐거움

 

16년이라는 시간 차이는 이 곡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2010년에 이 곡이 나왔을 때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음악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의 내가 이 곡을 들었다면 지금처럼 감동받았을까? 그때의 나는 지금과 같을까?

 

음악적 취향이라는 것은 경험과 시간이 축적되면서 형성되는 것이다.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들었던 수많은 음악들,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 "One B-Boy"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우연한 발견의 즐거움이야말로 음악 듣기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곡들도 좋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음악적 만남은 더욱 특별하다. 마치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전 소설처럼, 시간을 뛰어넘은 만남의 설렘이 있다.

 

 

 

 

 

음악이라는 시간 여행

 

DJ PABLO의 "One B-Boy"는 나에게 단순한 음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곡은 2010년에 태어나 16년을 기다렸고, 나는 16년을 살아와 이 곡을 만났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음악과 청취자의 만남이야말로 음악이 가진 마법이 아닐까.

 

100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유를 굳이 분석하자면, 이 곡이 가진 완벽한 균형감 때문일 것이다. 클래식한 오케스트라의 장엄함과 현대적인 브레이크비트의 역동성, 게임 음악의 드라마틱함과 스트리트 컬처의 생생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러 장르와 문화가 만나 만들어낸 이 독특한 조합은 쉽게 질리지 않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 곡을 계속 들을 것이다. 아마 200번, 300번을 넘어서도 들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곡처럼 나를 완전히 사로잡는 또 다른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나는 계속 음악이라는 시간 여행을 떠날 것이다.

 

음악은 시간을 초월한다. 16년 전의 음악이 지금의 나에게 이토록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면, 좋은 음악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One B-Boy"는 그런 시간을 초월한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다.

 

 

One Bboy.mp3 다운.zip
5.08MB

 

압축해제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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