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 왜 우리는 끊임없이 숨이 막히는가?
대한민국에서 ‘평균적인 삶’이란 무엇일까? 많은 청년에게 이 질문은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듯하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수도권 명문대에 진학하고, 선망받는 대기업에 입사해 서울 혹은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하며, 그렇게 쌓아 올린 사회경제적 지위를 자녀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는 것. 이 정형화된 성공의 길이 마치 유일한 정답처럼 여겨지는 사회. 이 궤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힐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대다수의 청년은 ‘나는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깊은 박탈감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맹목적으로 좇는 이 ‘평균’은 과연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수치일까? 혹은 상위 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는 신기루를 모두의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신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대한민국 청년을 짓누르는 ‘평균의 함정’ 그 실체를 깊이 파고들어 본다.
통계가 드러내는 ‘평균’의 민낯, 상위 10%의 삶이 기준이 된 사회
우리가 막연히 ‘중산층’ 혹은 ‘평균’이라 인식하는 삶의 기준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을까? 최근 발표된 각종 통계는 그 괴리가 상상 이상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4,022만 원, 평균 소득은 연 7,185만 원(월 약 599만 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일부 고자산·고소득층이 전체 평균을 크게 끌어올린 결과다. 실제로 전체 가구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하는 중위소득(median income)은 연 5,361만 원(월 약 447만 원) 수준으로, 평균 소득보다 월 150만 원 이상 낮다. 이는 소득 격차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가 통계적 평균마저 뛰어넘는, 훨씬 더 높은 기준을 ‘체감 평균’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한 금융기관의 조사에서 제시된 한국형 중산층의 기준(순자산 9.4억, 월 소득 686만 원, 부동산 8.4억 소유)은 사실상 상위 10%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즉, 대다수의 국민은 통계상 중산층에 속하더라도 스스로를 평균 이하로 인식하며 끊임없는 소득과 자산 격차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평균의 잣대는 비단 소득과 자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서울 대학 진학’은 마치 보편적인 과정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수도권 4년제 대학의 입학 정원은 전체 수험생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선망의 대상인 대기업 정규직의 문은 더욱 좁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약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끊임없이 전시되는 상위 10%의 삶은, 나머지 90%의 청년들에게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왜곡된 평균이 야기하는 부의 대물림과 사회적 불균형
‘평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단순히 개인의 박탈감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구조적 문제를 고착화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 그리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청년들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4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임금을 100으로 보았을 때 중소기업 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50~60%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격차가 시간이 지나도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40대, 50대 중소기업 부장의 평균 연봉이 대기업 신입사원의 초봉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성실하게 경력을 쌓아가도 ‘어떤 기업에서 시작했는가’에 따라 평생의 소득 수준이 결정되는 ‘이중 노동시장’ 구조가 견고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격차는 수도권 초집중 현상과 맞물려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0.8%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문화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수도권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20~30대 청년들이 다시 경기도와 인천으로 밀려나거나, 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주거 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80% 이상이 임차 가구이며,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20%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 주거 불안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통계상 ‘평균 소득’은 수도권 대기업에 편중된 상위 소득자에 의해 부풀려지고, 대다수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수도권 거주자의 현실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국민의 절반이 위치한 ‘중위값’은 평균에 한참 못 미치며, 성실하게 일하는 수많은 중산층조차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에 허덕이며 사실상 ‘생계급여 수준’의 빠듯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비현실적인 평균에 집착하는가?
대한민국 사회가 이토록 비현실적인 평균에 집착하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극심한 소득 불균형과 단 하나의 성공 서사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에서 찾을 수 있다.
국세청 자료를 분석하면,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훌쩍 넘어서며,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상위 20%가 전체 부의 60% 이상을 소유하는 등 부의 편중은 더욱 심각하다. 즉, 소수가 부와 소득을 독식하는 구조 속에서 ‘평균’이라는 지표는 대표성을 잃고 현실을 왜곡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상위 1%의 화려한 삶을 전시하고, 이를 보편적인 성공의 기준으로 주입하며 대중의 욕망을 자극한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이러한 현상을 ‘황금 티켓 증후군(Golden Ticket Syndrome)’이라 명명하며 깊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수도권 상위 대학 → 대기업 → 수도권 아파트’로 이어지는, 마치 영화 속 ‘황금 티켓’과도 같은 단 하나의 성공 루트. 이 길에 올라타지 못하면 나머지 삶은 모두 ‘실패’로 규정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은 극심한 경쟁과 불안에 내몰린다.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를 인정하기보다는, 획일화된 성공의 잣대로 서로를 비교하고 평가하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구조적 해법과 인식의 대전환 없이는 희망이 없다
이처럼 왜곡된 평균이 만들어낸 박탈감의 문제는 단순히 입시 제도를 바꾸거나 몇몇 청년 지원 정책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교육 개혁을 통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청년들이 사회에 나와 마주하는 현실이 극심한 소득 불균형과 수도권 중심의 불공정한 구조로 가득 차 있다면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
진정한 해법은 거시적인 관점의 구조적 개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과감히 해소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갖춘 지방 기업을 육성하여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청년들이 소득의 대부분을 주거비에 저당 잡히지 않도록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고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주거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다. 상위 1%의 삶이 아닌, 우리 주변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평균’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모든 삶이 동등하게 가치 있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때, 비로소 청년들은 끝없는 비교와 박탈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느끼는 박탈감은 결코 당신 개인의 나약함이나 실패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평균의 함정’이 만들어낸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이제는 청년 스스로를 탓하게 만드는 이 잔인한 환상에서 벗어나,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직시하고 함께 변화를 요구해야 할 때다. 청년에게 ‘더 나은 내일’은 막연한 희망이 아닌, 되찾아야 할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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