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마트싱즈를 떠나 홈어시스턴트를 선택한 이유
스마트홈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보신 분들이라면 '자동화'라는 단어에 설렘과 동시에 막막함을 느껴보셨을 겁니다. 저 또한 삼성 스마트싱즈(SmartThings, 이하 ST)로 시작하여 완벽한 자동화를 꿈꾸던 유저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제가 왜 ST의 품을 떠나, 어렵고 복잡하다는 홈어시스턴트(Home Assistant, 이하 HA)의 세계로 뛰어들게 되었는지 그 여정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스마트싱즈 자동화의 명확한 한계
ST의 자동화는 기본적으로 1. 선행조건, 2. 조건, 3. 동작이라는 세 가지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처음에는 이 구조만으로도 충분해 보였지만, 디테일하고 복잡한 시나리오를 구현하려 할수록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조건에서는 이 동작을, 다른 조건에서는 저 동작을 수행하게 하는 분기 처리나 복합적인 변수를 다루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SASM(사슴)과 같은 노드레드 기반의 툴을 사용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이 API 호출에 시간제한을 두기 시작하면서 이마저도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삼성의 서버를 이용하는 ST 방식은 분명 장단점이 있습니다. 별도의 개인 서버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자동화를 설정하려면 모바일 앱의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PC에서 SASM에 접속해야 하는 단점도 명확했습니다.
저는 ST의 가상 스위치를 활용한 자동화 루틴이 250개를 넘어갈 무렵, 시스템이 눈에 띄게 버벅거리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메인 루틴, 보조 루틴, 그리고 보조의 보조 루틴까지 엮어가며 어떻게든 완벽한 자동화를 구현하려다 보니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결국 관리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2. "왜 굳이 어려운 홈어시스턴트를?" - 호기심의 시작
아이러니하게도 ST 자동화를 완벽에 가깝게 구축했다고 생각했을 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잘 만들어진 ST를 두고 굳이 어렵다는 홈어시스턴트를 시작하는 걸까?"
저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일단 직접 해보고, 만져보고, 겪어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기에, 무작정 HA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ST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입니다.
3. 험난했던 첫걸음과 '삽질'의 기록
HA를 시작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OS를 설치해야 했습니다. 마침 시놀로지 NAS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NAS 환경에서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도커(Docker) 방식은 익숙하지 않아 가상 머신(Virtual Machine) 기능으로 HA를 설치했습니다.
그때부터 고난의 시작이었습니다. 의지할 만한 최신 자료가 거의 없었고, 과거의 자료들은 그저 힌트일 뿐이었습니다. 모든 메뉴를 하나씩 눌러보며 이게 무슨 기능인지, 저건 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몸으로 부딪혀야 했습니다.
특히 외부 접속 설정을 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삽질'의 연속이었습니다. 로그인 포탈 메뉴부터 인증서 발급, DDNS 설정, 역프록시, 포트포워딩까지…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그비 코디네이터를 연결하고, 필수 애드온을 설치하고, 첫 장치를 페어링했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처음에는 자동화가 너무 어렵게 느껴져 아주 기본적인 것들만 설정하며 사용했습니다.
4. 홈어시스턴트, 그 놀라움을 마주하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HA는 저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ST에서는 불가능했던, 혹은 매우 복잡했던 자동화들이 너무나도 쉽고 직관적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왜 스마트홈 선배님들이 그토록 HA를 추천했는지 비로소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좋은 걸 나만 알 수 없다!' 저는 이 경험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다짐했고, 교육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HA의 기능들을 하나씩 더해갈수록 시놀로지 NAS 위에서 동작하던 HA가 버벅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문제는 역시 NAS의 성능이었습니다.
이때 HA의 진정한 힘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바로 놀랍도록 강력한 백업 기능이었습니다. 새로 구매한 미니 PC에 HA를 설치하고 기존 NAS에서 만든 백업 파일 하나로 모든 설정을 완벽하게 복원했을 때, 그 간편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5. 앞으로의 계획: 잘 쓰는 자동화를 가르쳐 드립니다
제가 겪었던 수많은 '삽질'의 과정을 교육 자료로 만들어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료를 만드는 중에도 HA의 UI는 계속 변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은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가 만든 자료조차 1년 안에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기초적인 설치 방법은 이미 인터넷에 훌륭한 자료들이 많습니다. (특히 레이군 교수님의 자동화 기초 자료를 추천합니다.)
저는 여러분께 제가 직접 사용하며 그 유용성을 체감한 '진짜 자동화'를 가르쳐 드리려고 합니다. 세상에는 저보다 더 뛰어난 자동화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잘 쓰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잘 쓰는' 자동화 노하우를 여러분이 이해하기 쉽게 '잘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참고: 제가 만든 홈어시스턴트 기초 교육 자료는 아래 링크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https://redchupa.tistory.com/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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