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라는 위험한 착각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랜섬웨어는 이제 더 이상 TV 뉴스 속 남의 일이 아닙니다. 기업의 서버는 물론이고, 개인의 노트북, NAS, 심지어 스마트홈 서버까지 해커들의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대기업의 피해 사례가 아니더라도, 자영업자의 포스기, 중소기업의 회계 PC, 가정의 사진 아카이브까지 랜섬웨어는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이를 막연한 공포로만 받아들일 뿐, 실제로 내 컴퓨터 화면에 랜섬노트가 나타났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백업은커녕, 대응 순서조차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됩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랜섬웨어 감염 사례를 기반으로, 감염 직후의 현실적인 대응법과 가장 중요한 사전 예방 전략을 순차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랜섬웨어는 어떻게 내 컴퓨터에 침투하는가?
랜섬웨어는 마법처럼 나타나지 않습니다. 모든 감염에는 원인이 있으며, 대부분 사용자의 작은 실수나 무관심을 파고듭니다. 주요 침투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이메일 첨부 파일 또는 링크 클릭 (피싱)
가장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수법입니다. 해커들은 사회 공학적 기법을 이용해 사용자가 의심 없이 파일을 열어보도록 유도합니다.
실제 감염 시나리오: '[긴급] 견적서 송부의 건', '국세청 연말정산 안내', '택배 배송 주소지 오류' 등 업무와 관련 있거나 일상적인 제목의 이메일을 받습니다. 첨부된 파일은 '견적서.pdf.exe'처럼 아이콘은 PDF나 엑셀이지만 실제로는 실행 파일(.exe, .scr)이거나, 매크로가 포함된 워드/엑셀 문서입니다. 사용자가 무심코 파일을 실행하거나 '콘텐츠 사용'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악성코드가 백그라운드에서 다운로드되어 랜섬웨어를 설치합니다.
▸ 크랙 프로그램 / 불법 다운로드 콘텐츠
비싼 상용 소프트웨어나 최신 영화, 게임을 무료로 이용하려는 심리를 악용합니다.
실제 감염 시나리오: 토렌트나 불법 자료실에서 포토샵, MS 오피스 등의 크랙 버전을 다운로드합니다. 압축을 풀면 'keygen.exe'나 'patch.exe' 파일이 들어있고, "정상적인 실행을 위해 잠시 백신을 꺼주세요"라는 친절한(?) 안내문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사용자가 백신을 비활성화하고 인증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순간, 프로그램 인증이 아닌 랜섬웨어 감염이 시작됩니다. 이미 사용자가 스스로 보안을 해제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됩니다.
▸ 보안 패치가 되지 않은 시스템 취약점 악용
소프트웨어의 알려진 보안 구멍을 통해 사용자의 행위 없이도 감염시킵니다.
실제 감염 시나리오: 과거 전 세계를 강타했던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가 대표적입니다. 이 랜섬웨어는 윈도우의 SMB 프로토콜에 존재하는 '이터널블루'라는 취약점을 이용했습니다. 사용자가 아무것도 클릭하지 않아도, 해커는 인터넷에 연결된 PC 중 해당 보안 업데이트(패치)가 설치되지 않은 PC를 찾아내 원격으로 악성코드를 심었습니다. 윈도우, 웹 브라우저, 오피스 등의 업데이트를 미루는 습관이 시스템을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 원격 데스크톱(RDP) 포트 및 취약한 비밀번호
재택근무 등을 위해 외부에서 내부 PC에 접속하도록 열어둔 원격 데스크톱(RDP, 포트 3389)이 주된 공격 통로가 됩니다.
실제 감염 시나리오: 많은 사용자들이 RDP 계정의 비밀번호를 '123456'이나 'admin'처럼 추측하기 쉬운 것으로 설정합니다. 해커는 인터넷 전체를 스캔하며 열려있는 RDP 포트를 찾고, 찾아낸 PC에 무차별 대입 공격(Brute-force Attack)을 시도해 비밀번호를 알아냅니다. 계정을 탈취한 해커는 정상적인 사용자처럼 PC에 로그인한 뒤, 백신을 끄고 수동으로 랜섬웨어를 실행시켜 모든 파일을 암호화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가장 많이 당하는 유형입니다.
▸ NAS, CCTV 등 IoT 장비의 초기 비밀번호 사용
편리하게 사용하는 네트워크 저장장치(NAS)나 IP 카메라가 랜섬웨어의 숙주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감염 시나리오: Synology나 QNAP 같은 NAS를 처음 설치할 때 제공되는 초기 관리자 계정(예: admin/admin)을 변경하지 않고 계속 사용합니다. 해커는 이 초기 비밀번호를 이용해 NAS 관리자 페이지에 로그인한 후, 내장된 리눅스 시스템에 랜섬웨어를 직접 설치합니다. 결국 수년간 모아온 가족사진, 중요 문서, 심지어 다른 PC의 백업 파일까지 NAS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가 암호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감염 직후, 반드시 해야 할 5단계 (골든타임)
랜섬웨어 감염을 인지한 즉시, 확산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이 시작됩니다. 당황하지 말고 아래 순서를 따르세요.
- 네트워크 차단 (가장 먼저): 공유기 전원을 뽑거나 랜선을 즉시 제거하세요. 내부 네트워크(Wi-Fi)를 통한 다른 PC나 NAS로의 확산을 막는 최우선 조치입니다.
- 모든 외부 저장장치 분리: PC에 연결된 외장하드, USB 메모리 등을 즉시 분리하세요. 연결된 상태만으로도 암호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정확한 감염 증상 확인: 파일 확장자가 `.[랜덤문자]` 등으로 변경되었는지, 바탕화면에 `README.txt`, `HOW_TO_DECRYPT.html` 같은 랜섬노트 파일이 생성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이 노트를 사진으로 찍어두면 좋습니다.
- 복호화 툴 검색: KISA 인터넷 보호나라나 해외의 'NoMoreRansom.org' 같은 공식 사이트에서 내가 감염된 랜섬웨어의 복호화 툴(복구 프로그램)이 공개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운이 좋으면 무료로 복구할 수도 있습니다.
- 초기화 또는 전문가 의뢰 결정: 복호화 툴이 없다면 선택의 시간입니다.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면 전문 포렌식 업체에 복구 가능성을 문의하고, 그렇지 않다면 깨끗하게 포맷(초기화) 후 미리 준비된 백업 데이터로 복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절대 해커에게 돈을 먼저 보내거나, 출처 불명의 복구 프로그램을 실행해서는 안 됩니다. 돈을 보내도 파일을 돌려받지 못하는 '먹튀' 사례가 많으며, 가짜 복구 프로그램은 추가 악성코드를 설치하는 덫일 수 있습니다.
랜섬웨어에 대비한 현실적인 백업 전략: 3-2-1 원칙
“백업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망설이게 된다면, 당신은 이미 위험에 처한 것입니다. 데이터 백업은 단순 복사가 아니라, 유사시 데이터를 온전히 되살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가장 표준적인 원칙은 '3-2-1 백업'입니다.
- 3: 최소 3개의 데이터 복사본을 유지합니다 (원본 1개 + 사본 2개).
- 2: 최소 2개의 다른 종류의 저장 매체에 보관합니다 (예: PC 하드디스크 + 외장 SSD).
- 1: 최소 1개의 사본은 물리적으로 다른 장소(오프사이트)에 보관합니다 (예: 클라우드 스토리지, 부모님 댁의 외장하드).
핵심은 버전 관리나 스냅샷 기능입니다. Synology/QNAP NAS의 스냅샷 기능이나, Dropbox/Google Drive 같은 클라우드의 버전 기록 기능을 활용하면, 파일이 암호화되더라도 감염 이전 시점의 건강한 상태로 파일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해커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으려면?
최근 해커들은 단순 암호화를 넘어, 데이터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하는 이중 ابتزاز(ابتزاز) 수법을 씁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협상은 위험하고 불확실하며, 장기적으로 또 다른 공격을 부를 뿐이다.” 해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은 '나는 돈을 내는 고객'임을 인증하는 꼴이며, 미래의 재공격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해는 막을 수 없어도, 대처는 준비할 수 있다
랜섬웨어는 기술적으로 100% 완벽히 막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 즉 '회복탄력성'은 준비를 통해 충분히 갖출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 사전에 구성된 다단계 백업 시스템.
- 감염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훈련된 순서.
- ‘설마 나에게?’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평소부터 보안 업데이트와 비밀번호를 점검하는 습관.
정보가 자산인 시대, 그 자산을 지키는 것은 거창한 보안 솔루션이 아니라 기본기를 지키는 자세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당장 내 PC의 업데이트 상태와 NAS의 비밀번호를 확인하는 것이 바로 보안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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